생활체육으로서 주짓수를 하지 못한 지 4년 만에 다시 주짓수를 재개하면서 가장 빡센 스파링을 한 것 같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혹독 8단계로 평가를 한다. 서서히 몸이 만들어지며 한 두 달 뒤에나 좀 제대로 된 스파링을 할까 했는데 어쩌다 보니 몇 주 만에 혹독 8단계 스파링을 하게 되었다. (혼자 만든 혹독단계로 강도가 강해짐에 따라 최대 10단계로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제법 부작용이 생겼다. 나이 50에 걸을 때 "아이구"라는 소리가 난다. 안 쓰던 근육을 오랜만에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다시 한번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마무리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깨 근육과 고관절 유연성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마무리 운동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퍼플벨트로서 4년간 주짓수를 못 한 사람이 다시 스파링을 한 후기를 남겨 본다.
기술이 좋고 나와 체급이 비슷한 친구와의 스파링(나이 20대 중반)
이 친구는 키가 나와 비슷한 것 같고(178cm) 체급도 비슷해 보인다(약 72kg). 주짓수 입문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몇 개월 동안 하루종일 연습한다고 한다. 그래도 흰띠인데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스파링에 임했다. 결론은 매우 당황.
스파링 하며 내가 힘을 이렇게 쓰며 할 줄 몰랐다. 그냥 흰띠니까 살살 봐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큰코다칠 뻔했다. 일단 적당히 방어하면서 사이드포지션을 내주면서 시작했다. 헉, 근데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이건 흰띠의 압박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바로 서브미션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나는 제법 힘과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사이드 포지션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 예전에 알던 여러가지 탈출 방법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본적이 것들을 시도해도 되지 않았다. 결국 백 포지션을 잡히고 초크 당하기 직전에 운 좋게 빠져나왔다. 사실 뭐 거의 진거와 다름없었지만 엄청 용을 써서 어떻게 빠져나오게 되었다.
불리한 포지션을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중립 포지션에서 시작하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다시 사이드 포지션을 뺏기는 찰나에 스윕을 성공시켰다. 내가 시도한 기술은 아주 기본적인 기술인데 유튜브 어느 영상에도 잘 나오지 않는 기술이다. 얼핏 보면 아무 기술도 아닌 것처럼 보여 사람들이 무시하지만 꽤 적중율이 높은 기술이다.(나의 첫 사범님께서 내가 흰띠 입문할 때 알려 준 기술인데 아마도 흰띠 3 그랄 정도 될 때부터 이 기술이 어느 정도 먹혔던 것 같다.) 사이드 포지션을 내가 잡게 되면서 아마도 계속 내가 유리한 포지션을 끌고 가며 서브미션까지 끌고 갔던 것 같다.
서브미션 이후 다시 스파링을 했다. 내 기억에 더블언더훅 패스를 시도했다. 근데 깜놀했다. 상대는 전통적인 방어법을 알고 있었다. 흰띠가 저걸 어떻게 알지? ㅎㅎ 정말 열심히 연습한 친구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근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방어를 하며 상대의 방어법을 해체하는 움직임을 내가 하고 있었다. 물론 한 번에 기술이 성공하진 않았지만 내 몸이 기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고 계속 시도하여 다시 사이드 포지션을 잡고.. 그 이후에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지만 초크로 서브미션을 성공시켰던 것 같다.
기술은 없고 나와 체급이 비슷한 친구, 하지만 힘이 장사인 친구와의 스파링(나이 10대 후반 고등학생)
이 친구는 정확히 얼마나 수련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힘이 엄청 세다고만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전에도 힘세고 덩치 큰 친구들과도 여러 번 해보았기에 그냥 흰띠겠거니 하며 또 방심했다. 결론은 거의 서브미션 2번 당했다. 서브미션 직전에 관장님이 중지시켰는데 탈출 기술이 있었는데 아쉽긴 하다. 암튼 깜짝 놀라였다.
이 친구한테도 그냥 사이드를 주면서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적당히 방어하며 사이드 포지션을 주며 시작했다. 근데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위 같은 힘은 아니라고 느껴져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탈출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몸이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순간 위험을 직감했다. 아 큰일 났다. 힘도 빠져서 탈출할 힘도 없는데 큰 일 났다. ㅎㅎ
결국 예정대로 사이드 포지션에서 기무라가 잡혔던 것 같고 거기서 뭔가 해보려다 관장님이 중지시켰다. 중지시키지 않았다면 탈출을 했을까 아니면 내가 다쳤을까 궁금하긴 하다.
암튼 좀 자존심이 상했지만 4년간 못했으니 힘센 사람 만나면 1번이야 뭐 실수로 질 수도 있지라며 위로하며 다음 스파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방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이드 포지션 주기 전에 스윕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다행히 사이드 포지션 주기 직전에 스윕을 했고 유리한 포지션을 점했다.
근데 이 친구의 놀라운 점은 순간 반동력이 엄청나게 좋았다. 힘이 세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순간 반동력이 엄청 셌던 건 같다. 그리고 스파링 하는 내내 그 순간 파워는 유지되는 것 같았다. 그 부분에 정말 놀랐다. 아 이렇게 파워가 유지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처음 느꼈던 것 같다. 보통 성인이 되며 한몇 부 힘을 쓰고 나면 지치기 마련인데 스파링 내내(한 10분 정도) 그 파워를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젊음이 좋다.
아무튼 내가 남북포지션, 사이드 포지션을 점하고 있어도 튕기기를 하면 계속 탈출을 했다. 이런 경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1. 내가 방심한 경우. 2. 내 포지션 구조가 좋지 않은 점. 3. 나의 체력 고갈.
이 친구와의 스파링에서 내가 기억해야 할 점은 아래와 같다.
1. 호신으로서의 주짓수를 기억하자. ==> 탈출 기술을 다시 점검해 보자.
2. 마음의 자세 ==> 누구라도 다칠 수 있다. 낮은 띠와 하더라도 긴장하며 하자.
3. 서브미션 기술 미비 ==> 이 기술도 재점검해보자.
빡셌던 스파링의 교훈
요즘 주짓수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기술도 대중화되었고 이에 따라 열심히 하는 흰띠는 기술적으로도 매우 잘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또한 내 마음의 자세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술과 함께 적당한 힘을 쓰는 감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이건 자주 스파링을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이긴 하다.
다치지 않고 꾸준히 주짓수를 하면 좋겠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중년 주짓수를 하고 싶다.